
✍ 윤태중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메디칼로)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작성·감수
📰 이 글은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언론 보도 「현직 판사가 본 의료분쟁조정법…12대 중과실 모호, 의사·환자 모두 불만생길 것」
최근 보도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논의 가운데, 형사특례의 예외사유로 ‘중대한 의료과실’ 유형을 법률에 직접 열거하는 방식(보도에서는 ’12대 중과실’이라는 표현이 쓰였습니다)을 둘러싼 논쟁이 눈길을 끕니다.
어떤 행위가 중과실인지 법에 미리 써 두면 명확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불만을 낳을 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중과실로 분류된 사건은 오히려 형사절차로 이어지기 쉬워질 수 있다는 점, 설명의무 위반을 중과실과 연결하는 것의 위험성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현행법이 아니라 보도된 ‘개정 논의’입니다. 개정안의 정확한 문구, 열거된 유형의 내용, 국회 심사 상태나 시행 여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고, 그 뒤로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열거 항목이 아니라, ‘중과실을 법에 열거하는 방식’ 자체가 환자와 의료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집중합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형사특례란 무엇이고, 중과실 열거는 왜 예외인가

의료사고로 환자가 다치면 의료인에게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여기에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이 성립하거나, 조정절차에서 당사자가 합의하여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두 가지를 눌러 두어야 합니다. 첫째,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친 조정 성립·조정조서 작성이 요건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사적인 합의만으로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대상은 업무상과실치상죄이므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상해로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도 특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보도된 개정 논의의 핵심은 이 특례의 범위를 넓히면서, 대신 ‘중대한 의료과실’에 해당하면 특례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중대한 과실을 여러 유형으로 법에 직접 적어 두는 방식이 논쟁의 대상입니다.
쉽게 말해 ‘특례로 보호받는 문’과 ‘특례에서 빠지는 문’을 법이 미리 갈라 놓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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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12대 중과실과 다른 점: 의료행위는 ‘판단’의 영역
12대 중과실이라는 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익숙합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처럼 행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비교적 분명한 항목들입니다. 물론 교통사고에서도 위반 사실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두고 다툼이 생기고 감정이나 재판을 거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의료행위는 성격이 다릅니다. 같은 증상에도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선택지가 여러 개이고,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과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중대한’ 과실인지는 사후에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전문가 감정을 거쳐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비교 항목 | 교통사고 12대 중과실 | 의료 중과실 열거 방식(개정 논의 기준) |
|---|---|---|
| 위반 여부 확인 | 블랙박스·현장 조사로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많음 | 진료기록·감정 등 사후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음 |
| 기준의 성질 | 정해진 규칙 위반 | 의학적 판단·재량이 개입 |
| 해당 여부 판단 시점 | 사고 직후 드러나는 경우가 많음 | 수사·재판 과정에서 판별되는 경우가 많음 |
| 당사자의 예측 | 운전자가 미리 알기 상대적으로 쉬움 | 의료인·환자 모두 예측이 상대적으로 어려움 |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지적은 바로 이 지점을 향합니다. 열거된 문구는 명확해 보여도, 내 사건이 그 문구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누군가의 사후 해석에 달려 있습니다.
중과실로 분류되면 형사절차로 이어지기 쉬워지는 역설
중과실 유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조정 성립을 통한 특례의 보호가 사라집니다. 즉 조정이 성립하더라도 공소 제기가 막히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특례에서 제외된다는 것과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특례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검사는 여전히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결과 발생,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법원도 이를 따져야 합니다. 유형에 들어맞는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이나 인과관계의 입증이 면제되거나 완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조정을 통한 보호 장치가 특정 사건군에서 아예 닫힌다면, 그 사건군은 다른 의료사고보다 형사절차로 나아갈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넓어집니다. 형사특례를 넓혀 의료인을 보호하려던 취지가, 예외 조항을 통해 특정 사건군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역설의 본질입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중과실과 연결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설명의무는 원래 민사 영역에서 주로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의사가 수술의 위험이나 대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고, 그 자체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과, 그 부족함이 환자의 신체 손상을 ‘일으켰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책임은 후자, 즉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합니다. 동의서 서식이 미비했다는 것, 실질적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그것이 특례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나아가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각각 단계가 다른 판단입니다.
설명의무 위반을 중과실 유형과 연결하면 이 구분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설명 부족이라는 사정이 형사절차의 출발점으로 다뤄질 것을 걱정하게 되고, 반대로 환자는 ‘설명을 못 들었다’는 주장만으로 형사절차에 기대를 걸다 인과관계의 벽 앞에서 실망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불리한 혼선입니다.
환자와 의료인이 지금 확인해 둘 것

개정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정리되든, 실제 사건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기록입니다. 특히 아래 항목은 사건 초기에 챙겨 두어야 합니다.
- 환자: 의료법상 진료기록 열람·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간호기록·마취기록·영상까지 포함해 확보하세요.
- 환자: 설명을 어떻게 들었는지(시점, 내용, 동석자)를 기억이 선명할 때 정리해 두세요. 동의서 서명 여부와 별개로 중요합니다.
- 의료인: 진료 당시의 판단 근거(검사 결과, 감별 진단, 선택 이유)를 기록과 대조해 정리하세요. 기록을 정정하거나 추가할 필요가 있다면 원기록을 보존하고 작성 시점과 수정 경위가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불투명하면 기록 전체의 신뢰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 공통: 조정 절차와 형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절차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중과실 유형 열거는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투는 구조를 만듭니다. 그 다툼의 재료는 처음부터 기록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기준을 알아도 혼자 대응하면 놓치기 쉬운 지점
위 내용을 알고 있어도 실제 사건에서 손해가 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진료기록은 발급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 사이의 수정·추가 기재 여부를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고, 감정을 어느 절차에서 어떤 항목으로 신청하느냐가 이후 절차에서 다툼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순서입니다. 과실 입증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성격이 다른데, 이를 한데 섞어 주장하면 상대방은 가장 약한 고리만 골라 반박합니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첫 진술에서 사실관계와 다르게 ‘중과실 유형에 해당하는 듯한 표현’을 무심코 쓰면, 이후 그 진술의 의미를 두고 불필요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달라지는 것은 결과의 약속이 아니라 이 순서와 시점의 관리입니다. 기록을 어느 범위까지 확보할지, 감정 항목을 어떻게 특정할지, 조정과 형사 중 어느 절차에 먼저 무게를 둘지를 사건 초기에 설계하고, 병원·보험사·상대방 주장의 근거를 하나씩 검토해 대응 논리를 세우는 일입니다.
중과실 열거 방식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개별 사건에서 그 불확정성을 누가 먼저 기록과 논리로 채우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지금 할 일 세 가지
이번 논쟁은 제도가 어떻게 정리되어도 개별 사건의 불확실성은 남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읽고 나서 할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진료기록 전체 사본을 지금 확보하고, 발급 일자를 기록해 두기
- 설명 과정과 진료 경위를 시간순으로 메모해 두기(환자·의료인 모두)
- 조정 신청, 형사 고소·수사, 민사 청구 중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 결정하기 전에 기록을 먼저 검토하기
중과실이냐 아니냐는 나중에 다른 사람이 정합니다. 그 판단의 재료를 만드는 시간은 지금입니다.

⚖ 관련 판례
아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된 실제 판례 중, 이 글의 쟁점과 관련된 것을 선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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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도9443 (2025.05.15 선고)업무상과실치상[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되고 고령자에게 신중한 투여가 권고되는 맥페란주사액을 투여한 의사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건]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의 존재 외에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 의료행위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 성립을 위한 과실 및 인과관계의 엄격한 증명 요구를 다룬 판례로, 중과실 판단이 사후적·전문적 검토를 요한다는 글의 논지와 직접 관련됨 -
대법원 2024도20371 (2025.04.15 선고)업무상과실치상[작업치료사가 장애아동을 치료하면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평균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사고 당시에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치료의 수준과 환경 및 조건, 작업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 의료유사 전문직(작업치료사)의 업무상과실 판단이 평균적 전문가 기준과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과실을 법에 획일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참고 판례
※ 판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사건정보와 인용문은 원문 그대로이며, 인용은 원문 대조 검증을 거쳤습니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본문과 일치하는지는 원문에서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의료분쟁조정법 12대 중과실’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가요?
A. 아닙니다.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개정 논의 단계의 내용으로,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에 12개 중과실 유형이 열거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조문안, 열거 항목, 국회 심사 진행 상황은 계속 바뀔 수 있으므로 확정된 내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형사특례는 모든 의료사고에 적용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특례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성립이나 조정조서 작성 등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적용되며, 당사자 간 사적 합의만으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대상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한정되어 환자가 사망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한 경우, 장애나 불치·난치 질병에 이른 경우는 애초에 특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Q. 중과실 유형을 법에 열거하면 의료분쟁이 더 명확해지지 않나요?
A.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측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통사고와 달리 의료행위는 같은 증상에도 여러 의학적 선택지가 존재하고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행위를 미리 중과실로 규정해두면 사안별 판단의 여지를 좁힐 수 있습니다.
Q. 설명의무 위반이 중과실로 분류되면 의료인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설명의무 위반이 중과실 유형에 포함될 경우 해당 사건이 형사특례 대상에서 제외되어 형사절차로 이어지기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개정 논의 단계의 쟁점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범위로 반영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참고한 뉴스
이 글은 아래 보도를 계기로 작성된 법률 정보 글입니다.
현직 판사가 본 의료분쟁조정법…12대 중과실 모호, 의사·환자 모두 불만생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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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 링크는 작성 시점에 실제 접속이 확인된 주소입니다. 시간이 지나 원문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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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중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일했으며,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를 지냈습니다. 의료사고 사건에서는 초기부터 진료기록과 진술을 함께 정리하고, 중과실 유형 해당 여부를 포함해 병원·보험사·상대방 주장의 근거를 하나씩 검토해 대응 논리를 세웁니다. 예상되는 결과의 범위를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