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태중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메디칼로)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작성·감수
📰 이 글은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언론 보도 「법 위반했는데도 ‘5년 시효’ 넘겨 행정처분 피한 의료인 94명」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안입니다. 의료법 등을 위반하고도 처분 가능 기간이 지나 면허에 대한 처분을 받지 않은 의료인이 적지 않은 수로 집계됐다는 내용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단순한 행정 위반만이 아니라 리베이트 수수, 사무장병원 관여처럼 형사처벌까지 확정된 사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면허에 대한 처분은 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도는 그 원인으로 행정청 내부의 처리 지연을 지목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법의 빈틈이라기보다 법이 정한 기간을 행정청이 지키지 못한 문제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기간 계산 방식 자체에 구조적인 허점이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글은 그중 의료법상 ‘자격정지’ 처분에 적용되는 기간 규정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 시효 5년, 의료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나
이 사안에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의료법상 자격정지 처분의 처분 가능 기간입니다. 의료법 제66조는 같은 조에서 정한 사유에 따른 자격정지 처분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규정이 모든 면허 제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면허취소는 자격정지와 별도의 규정과 요건에 따르며, 특히 형의 선고·확정으로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의 면허취소는 자격정지의 5년 규정만으로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또한 위반행위 시점과 그 뒤의 법령 개정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과 기간 계산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 당시 법령과 개정법의 적용 범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시효’라고 부르지만, 기간이 지나면 그 자체로 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제척기간의 성격으로 설명됩니다. 소멸시효처럼 중단이나 정지를 통해 기간이 되살아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사유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경우, 공소 제기일부터 재판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5년에 넣지 않습니다.
취지는 분명합니다. 수년 전 일을 무한정 꺼내 처분하는 것은 의료인의 법적 지위를 지나치게 불안하게 하므로 기간을 제한하되, 재판이 길어지는 동안 기간이 흘러가는 불합리는 막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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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자격정지 기간이 지나는 구조

그렇다면 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서도 자격정지 처분이 무산될까요. 핵심은 ‘공소 제기부터 재판 확정까지’만 제외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리베이트나 사무장병원은 위반 행위 자체가 수사 개시보다 몇 년 앞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유 발생일부터 수사가 시작되고 기소되기까지의 기간은 그대로 5년에 포함됩니다.
재판이 확정된 뒤의 기간도 마찬가지로 포함됩니다. 확정 판결문이 행정청에 통보되고 처분 담당 부서로 넘어가 사전통지를 거쳐 실제 처분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그사이 남은 기간이 소진될 수 있습니다.
즉 기소 전에 이미 3~4년이 흐른 사건이라면, 재판이 끝난 뒤 행정청에 남은 시간은 1~2년에 불과합니다. 보도에서 지적한 처리 지연이 바로 이 구간에서 작동한 것입니다.
놓치기 쉬운 함정은 여기에 있습니다. 위반행위 자체를 사유로 하는 자격정지의 경우, 형사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처분 가능 기간을 새로 시작시키지는 않습니다. 반면 형의 선고·확정에 따른 결격사유를 근거로 한 면허취소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리베이트·사무장병원 같은 중대 위반에도 기간 제한을 두는 것이 타당한가
이 사안이 던지는 두 번째 쟁점은 제도의 설계 자체입니다. 중대한 위반에까지 5년이라는 획일적 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기간 제한을 두는 쪽의 논리는 법적 안정성입니다. 의료인도 언제 처분이 올지 모르는 상태로 수년을 보내는 것은 부당하고, 행정청이 신속하게 처분하도록 압박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반대 논리는 형평성입니다. 리베이트는 처방 왜곡으로 환자에게 직접 피해가 가고,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구조적 불법인데, 행정청 사정으로 면허 제재가 사라지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현행법 아래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기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진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다툴 수 있으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형사·민사, 기간은 각각 따로 간다
일반 독자가 가장 혼동하는 지점은 ‘처분이 무산됐으니 모든 책임이 끝났다’는 오해입니다. 행정처분, 형사처벌, 민사 손해배상은 기간 규정이 서로 다릅니다.
| 구분 | 기간 | 기산점 |
|---|---|---|
| 의료법 자격정지 | 5년 (공소 제기~확정 기간 제외) | 사유 발생일 |
| 형사 공소시효 | 죄의 법정형에 따라 다름 | 범죄 종료 시 |
| 민사 손해배상(불법행위) | 3년 / 10년 | 손해·가해자를 안 날 / 불법행위일 |
| 행정소송 제소기간 | 90일 / 1년 | 처분을 안 날 / 처분이 있은 날 |
자격정지 처분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환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민사 청구권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민사 책임이 인정됐다고 행정처분 기간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처분 사전통지를 받은 의료인이 먼저 확인할 것

행정청은 처분 전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며, 처분의 종류에 따라서는 청문 등 별도의 절차가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이 단계가 처분 가능 기간을 다툴 첫 번째 시점입니다.
확인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처분 사유로 적힌 행위의 ‘발생일’이 언제인지, 여러 행위가 묶여 있다면 각각의 발생일은 언제인지
- 같은 사유로 공소가 제기됐다면 공소 제기일과 판결 확정일이 정확히 언제인지
- 그 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이 5년을 넘는지
- 처분 사유가 형사사건의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인지, 아니면 별개의 행위가 추가됐는지
- 처분 사유가 자격정지 사유인지, 아니면 면허취소 등 별도 규정에 따른 사유인지
형사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행위가 처분 사유에 섞여 있으면, 그 부분에는 기간 제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전통지 단계에서 기간 도과를 주장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처분이 5년 안에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처분서가 언제 도달해 효력이 발생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전통지가 기간 안에 나갔더라도 처분 자체가 기간을 넘겨 이루어졌다면 그 점을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기간 계산을 혼자 하면 어디서 틀리는가
처분 가능 기간은 날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행위를 하나의 사유로 볼 것인가’라는 법적 판단이 먼저입니다. 리베이트를 수십 회 수수했다면 각 회차를 따로 볼지, 포괄해서 볼지에 따라 기산점이 달라집니다.
형사사건의 공소사실은 검사의 주장이고,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도 구별됩니다. 다만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이후 행정절차에서 중요한 증거로 작용하고, 행정 단계에서 이를 뒤집으려면 별도의 주장과 입증이 필요합니다. 법적으로 행정절차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큰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형사와 행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진술과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어느 날짜를 인정하고 어느 날짜를 다툴지를 형사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처분이 나온 뒤에는 기한이 짧습니다.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은 원칙적으로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안에, 취소소송은 원칙적으로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거친 뒤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재결서를 송달받은 날을 기준으로 기간이 계산되며, 법에서 정한 예외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효확인을 구하는 경우에는 같은 제소기간 제한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취소를 다투는 경우 이 기간을 넘기면 처분 내용이 아무리 다툴 만해도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달라지는 것은 결과 보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처분 사유별 발생일을 하나씩 특정하고, 공소 제기·확정일 증빙을 확보하며, 사전통지 단계에서 기간 도과 주장을 서면으로 남기고, 처분서 도달 시점을 기록한 뒤 이를 심판·소송 기한 안에 이어가는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 확인하고 준비할 것
이번 보도는 행정청의 지연이 원인이었지만, 처분을 받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같은 규정이 방어 수단이 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환자 입장에서는 행정처분과 별개로 민사 청구 기간이 따로 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의료인: 사전통지서의 처분 사유와 날짜를 형사 판결문의 공소사실·확정일과 대조하고, 의견제출 기한 안에 기간 도과 주장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
- 의료인: 처분서를 받은 날을 기록하고 행정심판·행정소송 기한을 달력에 표시할 것
- 환자: 상대 의료인의 행정처분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민사 기간을 기준으로 진료기록을 먼저 확보할 것
- 양쪽 모두: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그 사건의 공소사실 범위와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이 이후 행정·민사 절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진술을 정리할 것
기간 문제는 하루 차이로 결론이 바뀝니다. 날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모든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의 5년 기간은 언제부터 계산되나요?
A.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자격정지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합니다. 형사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라도 수사나 기소 이전에 흐른 기간은 그대로 포함되므로, 위반행위 시점과 수사 개시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면 그만큼 처분 가능 기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5년 기간이 계속 흘러가나요?
A. 아니요, 같은 사유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공소 제기일부터 재판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5년 산정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이는 기소 이후 확정까지의 구간에 한정되며, 기소 전이나 확정 후에 소요된 기간까지 자동으로 늘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Q. 면허취소도 자격정지와 같은 5년 기간 제한을 받나요?
A. 면허취소는 자격정지와 별도의 요건과 절차에 따르므로 자격정지에 적용되는 5년 규정만으로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형의 선고·확정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해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므로, 구체적 사안에서는 해당 시점의 법령을 확인해야 합니다.
Q. 자격정지 처분 기간이 지나면 소멸시효처럼 중단이나 정지로 되살릴 수 있나요?
A. 실무상 ‘시효’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제척기간의 성격으로 설명되며,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 제도로 기간이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해진 기간 내에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에는 같은 사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하기 어렵습니다.
📰 참고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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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반했는데도 ‘5년 시효’ 넘겨 행정처분 피한 의료인 9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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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중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출신 변호사로,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를 지냈습니다. 리베이트·사무장병원처럼 형사사건과 행정처분이 함께 진행되는 사안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처분 사유별 발생일과 공소 제기·확정일을 정리하고, 행정청과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근거를 하나씩 검토해 반박 논리를 세웁니다. 기간 도과 주장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예상되는 결과의 범위를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