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태중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메디칼로)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작성·감수
📰 이 글은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의협신문 「시술 위험성 환자 아닌 배우자에게 설명했다면…설명의무 위반」
보호자에게만 설명하고 환자는 몰랐다면? 의료 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장 질환으로 시술을 받던 환자가 시술 중 발생한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사안에서는 시술 과정 자체에 진료상 과실이 있었는지와는 별도로, 시술의 위험성을 환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만 설명하고 동의서도 배우자가 대리 서명했다면 그것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집니다.
병원 측은 흔히 “환자가 불안해할 것을 우려해 배우자에게만 설명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 환자라면 설명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해야 하고, 환자가 유효하게 위임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이 쓴 동의서만으로 환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배상은 원칙적으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중심이 되며, 사망 같은 중대한 결과에 대한 전체 손해까지 배상받으려면 별도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이 쟁점의 핵심, 설명의무의 상대방은 누구인가

이런 사안에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설명을 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했느냐’입니다. 배우자는 분명 위험성을 들었고 서명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위반이 문제되는 이유는 설명의무가 보호하는 것이 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결정권이란, 어떤 치료를 받을지 또는 받지 않을지를 환자 스스로 정할 권리입니다. 그 결정을 하려면 위험이 무엇인지 환자 자신이 알아야 하므로, 설명은 결정을 내릴 사람에게 가야 합니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면서,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적용 대상이 수술·수혈·전신마취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떤 시술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한편 판례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이 조항과 별개로 폭넓은 의료행위에 적용되며, 보호하는 이익은 마찬가지로 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입니다.
| 환자의 상태 | 설명 상대방 | 비고 |
|---|---|---|
| 의사결정 능력 있는 성인 | 환자 본인 | 가족은 원칙적으로 보조. 환자가 유효하게 위임한 경우는 별도 판단 |
| 의식 없음·판단 능력 없음 | 법정대리인 | 배우자·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법정대리인이 되는 것은 아님 |
| 미성년자 | 법정대리인(본인의 의사결정 능력에 따라 본인에게도 설명) | 연령·이해도와 의료행위의 성격을 함께 고려 |
| 응급 | 설명·동의 절차로 수술 등이 지체되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가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 | 응급이라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생략되는 것은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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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불안해할까 봐” 대리 설명이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유
병원의 주장은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논리입니다. 중한 병을 앓는 환자에게 위험을 상세히 말하면 겁을 먹고 치료를 거부하거나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명의무의 출발점은 ‘환자가 불안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할 권리’입니다.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선택 기회 자체를 없애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결정권을 빼앗는 결과가 됩니다.
설명으로 환자 건강에 중대한 해가 생길 것이 구체적으로 예견되는 매우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 사정은 병원이 증명해야 합니다. ‘불안해할 것 같아서’라는 일반적 우려만으로는 그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물론 환자 본인이 스스로 ‘자세한 설명은 듣지 않겠다’거나 ‘가족이 듣고 결정하게 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달리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런 의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유효하게 표시되었는지 역시 기록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설명을 다했다는 점은 환자가 아니라 의료진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환자 본인의 서명도,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기록도 없다면 병원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배상 범위가 다른 이유

환자가 사망했는데도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되어 배상이 위자료에 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구조가 있습니다.
진료상 과실은 ‘시술을 잘못했는가’를 묻고,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가 알고 선택할 기회를 받았는가’를 묻습니다. 서로 다른 질문이고, 인정됐을 때 배상 범위도 다릅니다.
| 구분 | 법원이 묻는 것 | 인정 시 배상 범위 |
|---|---|---|
| 진료상 과실 | 시술이 의료 수준에 맞았는가 |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액수가 입증된 손해(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 책임 제한이 적용될 수 있음 |
| 설명의무 위반 | 환자 본인이 알고 결정했는가 | 원칙적으로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 추가 요건을 갖추면 중대한 결과에 대한 손해로 확대될 수 있음 |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망 같은 중대한 결과에 대한 손해까지 배상받으려면, 설명의무 위반과 그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위반이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제대로 설명받았다면 환자가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사정은 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사정만으로 요건이 당연히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진료상 과실이 부정된 사안에서는 배상이 위자료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자 동의서만 있을 때 환자·의료인이 확인할 것
실무에서 가장 자주 갈리는 지점은 ‘동의서에 누가 서명했는가’보다 ‘환자 본인이 설명을 들었다는 흔적이 기록에 있는가’입니다. 환자가 직접 듣고 결정한 뒤 손이 불편해 가족이 대필한 경우와, 환자는 아예 몰랐던 경우는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 동의서 서명란의 서명 주체와, 환자와의 관계 기재가 있는지
- 진료기록·간호기록에 ‘환자에게 설명함’이라는 기재와 시각이 있는지
- 환자가 당시 의식이 명료했는지(의식 상태, 활력징후 기록)
- 설명 내용이 실제 발생한 합병증(예: 혈관 박리)을 포함했는지
- 설명·동의 절차로 처치가 지체되면 생명이 위험해질 응급 상황이었는지
- 환자가 스스로 설명 청취나 결정을 가족에게 맡기겠다고 한 기록이 있는지
환자·유족이라면 위 항목이 비어 있을수록 설명의무 쟁점이 살아납니다. 반대로 의료인이라면 가족의 “본인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그대로 응하는 관행이 법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의료인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환자 본인에게 설명하되, 환자가 원하면 가족이 함께 듣게 하고, 환자가 스스로 ‘자세한 내용은 가족과 상의하겠다’고 선택한 경우 그 의사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설명의무 분쟁에서 혼자 대응하면 놓치기 쉬운 것
여기까지 읽으면 법리는 선명합니다. 그런데 실제 분쟁에서는 법리를 아는 것과 그것을 증거로 세우는 일 사이에 간격이 있습니다.
첫째, 진료기록 확보 시점입니다. 설명 여부는 동의서 한 장이 아니라 외래 기록, 입원 경과 기록, 간호기록을 시간 순으로 맞춰 봐야 드러납니다. 기록을 늦게 요청하면 전후 맥락을 재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과실 주장과 설명의무 주장을 어떤 순서로 세울지입니다. 과실이 부정되면 배상이 위자료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부터 두 쟁점을 분리해 각각의 증거를 준비해야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상대방 주장의 근거 검토입니다. 병원은 ‘환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응급이었다’, ‘본인이 가족에게 맡겼다’는 식으로 반론을 펴기 마련인데, 각 주장을 기록 어디에서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달라지는 부분은 결과가 아니라 바로 이 증거의 배열과 쟁점의 순서입니다.
마무리, 지금 확인하고 준비할 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결정할 사람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환자가 유효하게 위임한 경우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이 들었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가 문제됩니다. 다만 과실이 부정되면 배상은 위자료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고, 전체 손해로 확대되려면 별도 요건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 환자·유족: 동의서 사본과 진료기록 일체를 발급받아 설명 기재 여부부터 확인하기
- 환자·유족: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를 염두에 두고 일정 세우기(불법행위 책임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두 기간이 모두 문제되고,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시효가 적용되므로 함께 검토)
- 의료인: 보호자에게만 설명한 사례가 있다면 당시 환자 의식 상태와 응급 여부를 기록으로 정리해 두기
- 의료인: 동의서 양식에 ‘환자 본인 설명 여부’와 대리 사유 기재란이 있는지 점검하기
설명의무 분쟁은 감정보다 기록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기록을 먼저 확보하고, 과실과 설명의무를 나누어 바라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관련 판례
아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된 실제 판례 중, 이 글의 쟁점과 관련된 것을 선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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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도3217 (2026.07.16 선고)업무상과실치상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의료사고 관련 의사의 과실 판단 기준 및 주의의무에 관한 판례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는 진료 과실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됨
※ 판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사건정보와 인용문은 원문 그대로이며, 인용은 원문 대조 검증을 거쳤습니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본문과 일치하는지는 원문에서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의식이 있는 성인 환자인데 보호자에게만 설명하고 동의서도 보호자가 대신 서명했다면 무조건 설명의무 위반인가요?
A.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 환자라면 설명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해야 합니다. 환자가 직접 설명받을 권한을 배우자 등에게 유효하게 위임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이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 본인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환자가 불안해할까 봐 배우자에게만 설명했다는 병원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나요?
A.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했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결정권은 환자 본인이 직접 위험을 인지하고 치료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환자를 배려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해도 설명의 상대방이 바뀌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Q.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사망에 대한 손해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나요?
A. 설명의무 위반만 단독으로 인정되는 경우 배상의 중심은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이며,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 전체에 대한 손해까지 배상받으려면 시술 자체의 과실이나 설명을 들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개연성 등 별도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두 가지는 법적으로 구분되는 쟁점이므로 사안마다 입증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의료법 제24조의2에 따른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나요?
A. 의료법 제24조의2는 수술·수혈·전신마취 등 중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에 한정해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과 서면 동의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적용 대상 여부는 개별 시술의 성격에 따라 따져봐야 합니다. 이 조항과 별개로 판례상 인정되는 일반적인 설명의무 위반도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두 쟁점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참고한 뉴스
이 글은 아래 보도를 계기로 작성된 법률 정보 글입니다.
시술 위험성 환자 아닌 배우자에게 설명했다면…설명의무 위반 · 의협신문
기사 원문 보기 →
※ 위 기사 링크는 작성 시점에 실제 접속이 확인된 주소입니다. 시간이 지나 원문이 이동·삭제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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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중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로,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를 지냈습니다. 설명의무 분쟁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동의서와 진료기록을 시간 순으로 함께 정리하고, 병원이나 보험사가 내세우는 '환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응급이었다'는 주장의 근거를 하나씩 검토해 반박 논리를 세웁니다. 과실 쟁점과 설명의무 쟁점을 분리해 예상되는 결과의 범위를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