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태중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메디칼로)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작성·감수
경찰의 진료기록 요청 응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요청이 어떤 형식으로 왔는지, 그리고 그 요청이 법이 정한 제공 근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이에 따라야 합니다. 반대로 전화나 ‘수사협조 요청’ 공문만 왔다면, 그것만으로 진료기록을 내주는 것은 오히려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병원이 공문에 찍힌 경찰서 직인을 보고 영장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그 오해가 왜 위험한지, 어떤 경우에 제공이 허용되는지, 제출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진료기록은 원칙적으로 환자 외에는 보여줄 수 없습니다
의료법 제21조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것을 금지합니다. 경찰도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 해당합니다.
이 원칙은 환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할 때만 제공하면 되고, 그 외에는 거절할 정당한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의료법은 이 규정을 어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고, 별도로 행정처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선의로 수사에 협조했다는 사정은 위법성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경찰에 진료기록 제공이 허용되는 경우

의료법 제21조는 예외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와 관련해 실무에서 문제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환자 본인의 동의에 따라 제공하는 경우. 다만 경찰이 환자의 대리인 자격으로 기록을 받아 가려면 의료법과 시행규칙이 정한 동의서·위임장·신분 확인 서류 등 요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동의서 한 장이 첨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제공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가 직접 발급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분쟁 소지가 적습니다.
-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된 경우
-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 규정에 따라 보관자인 의료기관이 스스로 제출하는 경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찰서 공문’이 이 목록에 없다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공무소나 단체에 사실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의료법상 비밀유지 의무를 해제하는 근거가 아닙니다.
따라서 공문에 ‘형사소송법 제199조에 의거’라고 적혀 있어도, 그 공문만으로 기록을 내주면 의료법 제21조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법에는 범죄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 조항은 공공기관에만 적용됩니다. 민간 병원·의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기록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요청 형식별 대응 기준 한눈에 보기
| 요청 형식 | 제공 가능 여부 | 대응 요령 |
|---|---|---|
| 전화·구두 요청 | 그 자체로는 제공 근거가 되지 않음 | 영장 또는 환자 동의 절차 안내 |
| 수사협조 요청 공문 | 불가(단독으로는) | 공문 보관, 영장 요청 |
| 환자 동의서 첨부 | 요건 충족 시 가능 | 동의서·위임장 등 서류와 본인 확인, 동의 범위 확인 |
| 임의제출 요청 | 병원이 선택 | 제출 권한·범위 확인, 범위 최소화, 제출 여부 신중 판단 |
| 압수·수색 영장 | 원칙적으로 응함 | 영장 범위 확인, 압수목록 수령 |
표에서 가장 판단이 어려운 칸은 ‘임의제출’입니다. 의료법은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에 따른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이 스스로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기록 제공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제출이 임의제출 규정에 해당하는지, 제출하는 사람에게 권한이 있는지, 제출 범위가 적절한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임의’입니다. 제출할 의무가 없고, 제출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거절 이후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등 수사 절차가 진행될 수는 있습니다. 환자 동의 없이 임의제출한 뒤 환자와 분쟁이 생기는 사례가 있으므로, 영장을 받아 오도록 안내하는 것이 병원에는 안전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장이 왔을 때 확인해야 할 것들

영장이 제시되면 원칙적으로 응해야 하지만, 무조건 요구하는 대로 다 내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영장에는 압수할 대상과 기간이 특정되어 있습니다.
- 영장에 적힌 환자, 기록 종류, 진료 기간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 영장 범위 밖의 기록(다른 환자, 다른 기간)은 제출 대상이 아닙니다.
- 제출한 기록은 사본을 남기고, 압수목록 교부를 요청합니다.
- 영장 사본이나 집행 관련 서류를 병원에 보관합니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의사 등이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보관하는 물건으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에 대해 압수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그 타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장이 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제출 의무만 있다고 볼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이 점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은 접속 기록과 수정 이력이 함께 남습니다. 의료법 제22조는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 시 별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사실에 부합하는 정당한 정정이나 추가기재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출을 앞두고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고치는 것은 허위 변경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록에 오탈자나 누락이 있더라도 제출 직전에 손대는 것보다는 그대로 제출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혼자 대응할 때 놓치기 쉬운 것
여기까지가 원칙입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는 원칙을 알아도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이 옵니다.
첫째, 요청의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경찰이 왜 이 기록을 원하는지에 따라 병원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단순한 참고인 자료 요청인지, 의료사고 수사에서 병원이나 의료인이 피의자로 검토되는 상황인지에 따라 임의제출 여부, 제출 범위, 함께 낼 설명자료가 모두 달라집니다.
둘째, 기록 제출과 진술이 따로 움직입니다. 기록을 먼저 넘긴 뒤 나중에 조사를 받게 되면, 진술이 기록과 어긋나는 부분에서 불리한 해석이 붙을 수 있습니다. 제출 전에 기록의 흐름을 정리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셋째, 영장 범위 검토를 생략합니다. 현장에서 영장을 제시받으면 대부분 긴장한 채 요구하는 자료를 그대로 넘깁니다. 범위를 넘는 제출은 다른 환자의 정보 유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이 세 지점이 달라집니다. 요청의 법적 성격을 먼저 가려 응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하고, 영장 범위와 대조해 제출 범위를 정하며, 기록과 진술이 일관되도록 사건 초기부터 정리합니다.
특히 의료사고가 배경인 경우, 진료기록은 이후 형사 절차와 민사 분쟁에서 핵심 증거가 됩니다. 어떤 기록을 어떤 순서로 내놓고 어떻게 설명할지는 처음 요청이 왔을 때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경찰의 진료기록 요청, 이렇게 판단하세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공문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영장 또는 요건을 갖춘 환자 동의 절차를 안내하세요.
- 영장이 오면 원칙적으로 응하되, 범위를 확인하고 사본과 압수목록을 남기세요.
-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고치지 말고, 제출 전 내용을 파악해 두세요.
지금 요청을 받은 상태라면, 먼저 요청 서류의 종류를 확인하고 사본을 보관하십시오. 그리고 그 요청이 어떤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 병원의 위치가 단순 협조자인지 아닌지를 가려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그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기록을 넘기기 전에 법률 검토를 거치는 것이 병원과 환자 모두를 지키는 순서입니다.

요청서를 받으면 법적 근거와 제공 범위를 따로 확인하세요
진료기록 요청 공문이 오면 담당자의 신원, 요청 근거, 환자, 기간, 자료 항목을 먼저 정리하세요. 공문이라는 형식만으로 제공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고, 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공이 금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의료법이 인정하는 예외에 해당하는 절차인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6호는 형사소송법 제106조·제215조·제218조에 따른 경우를 규정합니다. 이 중 제218조의 임의제출물 압수는 단순한 수사 협조 문의와 구별해야 합니다. 요청이 어떤 절차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근거와 제출 방식의 설명을 요청하세요.
| 확인 단계 | 실무적으로 남길 내용 |
|---|---|
| 요청의 성격 | 압수·수색영장 집행인지, 임의제출 절차인지, 단순 협조 요청인지 |
| 자료의 범위 | 대상 환자, 기간, 기록 종류와 영상 포함 여부 |
| 실제 제공 | 제공 자료 목록, 제공 시각·담당자, 전달 방식과 인수 확인 |
| 범위가 불명확한 부분 | 추가 설명을 요청한 내용과 받은 답변 |
“요청하신 자료는 환자 진료정보에 해당하여 제공 근거와 범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적용 법 조항 및 요청 절차, 대상 기간과 기록 항목, 자료 인계 방법을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불명확한 협조 요청에 대한 문의 예시입니다. 적법한 영장 집행을 임의로 중단시키거나 병원 판단만으로 범위를 축소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범위에 다툼이 있으면 집행 담당자에게 문제를 명확히 알리고 법률 검토를 병행해야 합니다.
제공 대상 환자의 기록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자의 정보가 섞이지 않았는지도 확인하세요. 요청에 응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무엇을 어떤 근거로 누구에게 제공했는지가 나중에 설명 가능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보험회사 요청은 수사기관 요청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므로 진료기록 신청 자격과 서류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경찰이 공문만 들고 와서 진료기록을 요청하면 무조건 거절해야 하나요?
A. 네, 원칙적으로는 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협조 요청 공문은 형사소송법상 사실조회에 근거한 것일 뿐 의료법 제21조가 정한 비밀유지 의무 해제 사유가 아니므로, 공문만으로 제공하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영장 제시, 환자 본인 동의, 임의제출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환자 동의서를 첨부한 경찰 요청이라면 바로 제공해도 되나요?
A. 동의서가 있다고 해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경찰이 환자의 대리인 자격으로 기록을 받으려면 의료법과 시행규칙이 정한 위임장, 신분 확인 서류 등 요건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요건이 불분명하다면 환자 본인이 직접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안내하는 편이 분쟁 소지가 적습니다.
Q.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되면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나요?
A. 영장 원본 또는 정본을 제시받았는지, 영장에 기재된 대상 환자와 기록 범위가 실제 요청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영장의 유효기간이나 발부 법원 등 형식적 요건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범위를 넘어선 자료까지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Q. 선의로 수사에 협조해서 진료기록을 내줬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료법 제21조 위반은 협조 의도나 선의 여부와 관계없이 요건을 충족했는지로 판단되며, 위반 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청이 오면 형식과 근거를 먼저 확인한 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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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중 대표변호사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전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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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중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출신 변호사로,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진료기록 요청과 의료사고 수사 대응을 다룹니다. 요청의 법적 성격과 영장 범위를 먼저 검토해 응할 의무가 있는지를 가리고, 사건 초기부터 기록과 진술을 함께 정리합니다. 상대방 주장의 근거를 하나씩 검토해 대응 논리를 세우되, 예상되는 결과의 범위는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