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중 변호사 · Yun Tae Joong
의료사고가 의심되고 중요한 자료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면, 손해배상소송을 내기 전에도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병원 기록이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실을 확인하려는지, 그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왜 나중에 조사하면 곤란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먼저 지금 사본으로 받을 수 있는 자료와 법원 절차를 서둘러 검토해야 할 자료를 나누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기록을 확보하는 일과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일도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환자 측이 증거보전을 준비할 때 확인할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증거보전은 어떤 절차인가요?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미리 조사하지 않으면 나중에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을 때,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필요한 자료’라는 점에 더해 ‘지금 조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75조
예를 들어 분쟁과 관련된 영상의 보관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확인하려는 현장 상태가 달라질 우려가 있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 보관기간과 변경 가능성, 사건과의 관련성을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병원이 기록을 없애려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증거보전은 법원이 필요한 증거를 미리 조사하는 절차입니다.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전체 자료가 자동으로 보존되거나 신청인에게 모두 넘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정한 조사 대상과 방법에 따라 진행되므로, 신청 후에도 결정 내용과 실제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본 발급과 증거보전 신청은 어떻게 다른가요?
환자는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본인 진료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추가·수정된 기록과 그 전 원본도 포함됩니다. 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받을 수 있는 기록은 신청해 두되, 자료가 사라질 구체적인 우려가 있다면 발급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법원 절차 검토를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법 제21조

| 방법 | 목적과 상대방 | 확인할 점 |
|---|---|---|
| 진료기록 사본 발급 | 병원에 본인의 기존 기록을 요청 | 진료기간·기록 종류와 신청 자격을 명확히 합니다. |
| 자료 보존 요청 | 병원 등 보관자에게 특정 자료의 유지를 요청 | 접수·답변을 남기되 법원의 결정과 같은 효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 법원 증거보전 | 장래 사용이 곤란해질 증거를 법원이 미리 조사 | 증명할 사실·증거·보전 사유를 특정하고 사유를 소명해야 합니다. |
병원에 보내는 내용증명이나 이메일은 무엇을 언제 요청했는지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자료의 삭제가 차단되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보관자의 회신과 남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판단해야 합니다.
‘모든 기록’보다 확인할 사실과 자료를 연결하세요
증거를 정할 때는 시간·장소·자료 종류·확인 목적을 묶어 적는 편이 좋습니다. 다음은 특정 사건이 아닌, 신청 준비를 위한 일반적인 예시입니다.
- 처치 시점이 쟁점이라면: 관련 진료기간의 경과기록·간호기록·투약 또는 처치기록 중 어떤 내용을 대조할지 정합니다.
- 검사 결과와 후속 대응이 쟁점이라면: 검사 영상과 판독 결과, 해당 결과를 전제로 한 진료 경과를 연결합니다.
- 영상으로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면: 촬영 장소와 날짜·시간대를 좁히고, 그 영상에서 확인하려는 장면이 쟁점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설명합니다.
- 기록의 변경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면: 이미 받은 사본들의 발급일과 차이가 나는 항목을 정리하고, 추가·수정 전후 기록 등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검토합니다.
병원에 해당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본인 진료기록을 받을 권리가 병원 전산시스템 전체나 다른 환자의 기록에 접근할 권리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산 이력 등 별도 자료가 필요하다면 그 존재와 보관 주체, 조사 필요성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신청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요?
민사소송법 제377조는 상대방, 증명할 사실, 보전할 증거, 증거보전 사유를 밝히고 보전 사유를 소명하도록 정합니다. 다음 순서로 정리하면 필요한 설명이 빠졌는지 점검하기 쉽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77조
- 상대방: 의료기관 명칭뿐 아니라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자료를 보관하는 주체와 소송의 상대방이 일치하는지도 살핍니다.
- 증명할 사실: 단순히 “의료과실”이라고 쓰기보다, 어느 시점의 검사·처치·대응을 확인하려는지 적습니다.
- 보전할 증거: 문서나 영상의 종류, 대상 기간·장소, 보관자를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합니다.
- 지금 조사해야 할 이유: 보관기간 안내, 변경 예정에 관한 회신 등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설명합니다. 병원이 거절했다는 답변만 있다면 왜 나중에 사용하기 곤란한지까지 보완해 봐야 합니다.
예컨대 영상이 일정 시점에 삭제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면, 그 안내 내용과 받은 시각을 보관하세요. 정확한 보관기간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임의로 날짜를 만들어 적지 말고, 확인한 내용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 전과 소송 후, 어느 법원에 신청하나요?
소송을 내기 전에는 증인 등 신문받을 사람이나 문서 소지자의 거소, 검증할 목적물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이 기준입니다. 소송을 낸 뒤에는 해당 증거를 사용할 심급의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고, 급박한 경우에는 법이 정한 소재지 등의 지방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병원 소재지만 보고 일률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신청할 증거와 소송 진행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376조
증거조사 기일은 원칙적으로 신청인과 상대방에게 알리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병원에 알리지 않고 진행된다’거나 ‘신청하면 법원 직원이 반드시 바로 방문한다’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실제 조사 방식과 일정은 사건과 법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민사소송법 제381조
신청 전 준비할 자료

- 진료 경과: 증상 발생, 검사·처치, 상태 변화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메모
- 확보한 사본: 진료기록·영상·검사 결과와 각 자료를 발급받은 날짜
- 요청과 답변: 발급 또는 보존 요청서, 접수 내역, 병원 등의 회신
- 보전 필요성 자료: 보관기간 안내, 자료 상태가 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내용
- 추가 증거 목록: 자료별로 증명하려는 사실, 대상 기간, 보관 장소와 확인되지 않은 부분
받은 파일은 원본 상태로 보관하고, 메모나 표시가 필요하면 별도 복사본을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관련 자료의 보관 상황과 필요한 확보 방법은 먼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증거보전이 받아들여지면 의료과실도 인정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증거를 미리 조사할 필요성과 최종 배상책임은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확보한 기록을 토대로 주의의무 위반,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증거보전 결과가 예상과 다른 사실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병원이 기록을 바꾼 것 같으면 바로 증거보전을 해야 하나요?
먼저 어떤 기록이 어느 발급본과 다른지 특정하세요. 정당한 추가 기재나 수정인지, 사실과 다른 변경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수정 전후 기록은 본인 기록 열람·사본 요청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추가로 법원의 사전 조사가 필요한지는 자료의 존재와 보전 필요성을 따져 판단합니다.
수술실 CCTV 보관 연장 요청과 같은 것인가요?
별도 절차입니다. 수술실 영상에는 의료법에 따른 열람·제공과 보관 연장 규정이 적용됩니다. 병원에 연장을 요청했다고 법원 증거보전 신청을 한 것은 아니고,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고 모든 열람·보관 절차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수술실 CCTV 열람과 보관 연장 안내를 함께 확인하세요.
증거보전 신청만 해 두면 소송 준비를 멈춰도 되나요?
아닙니다. 증거를 확보하는 계획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신청만으로 배상책임이 확정되거나 청구 기한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확보 후에는 추가 자료와 감정 필요성, 청구 기한, 해결 절차를 정리하세요.
확인한 공식 근거
2026년 10월 12일 현재 시행 중인 조문을 확인했습니다. 민사소송법은 2026년 10월 2일 시행본(법률 제21993호), 의료법 제21조는 같은 날 시행본(법률 제21490호)을 기준으로 설명했습니다. 아래 현행 조문 링크는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 민사소송법 제375조 — 증거보전 요건
- 민사소송법 제376조 — 관할
- 민사소송법 제377조 — 신청 방식과 소명
- 민사소송법 제381조 — 당사자 참여와 긴급한 경우의 예외
- 의료법 제21조 — 본인 기록과 수정 전후 원본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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