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중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메디칼로)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작성·감수
사무장 병원으로 송치되었을 때 주의할 점은, 형사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에 병원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양급여 지급정지(지급보류)를 비롯한 행정처분은 유죄가 확정되어야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송치했다는 사실을 계기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사건 방어와 행정처분 대응은 가능한 한 함께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급보류 처분서를 받고도 “형사에서 무혐의 받으면 되겠지” 하고 제소기간을 넘겨버리면, 나중에 불기소나 무죄가 나와도 이미 병원 문을 닫은 뒤인 경우가 있습니다.
왜 송치만으로 요양급여 지급이 멈추는가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상 개설자격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른바 사무장병원)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그 사실이 확인되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수사 결과’라는 표현입니다. 확정판결이 아니라 수사 단계의 통보만으로도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병원 매출의 상당 부분이 건강보험 급여비용인 현실에서, 지급보류는 사실상 현금 흐름을 끊는 조치입니다. 인건비와 임차료, 약제·재료비 결제가 막히고, 임금 체불이라는 또 다른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도 자체는 ‘보류’이지 ‘몰수’가 아닙니다. 다만 몇 년이 걸리는 형사재판이 끝날 때까지 병원이 버틸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송치 이후 병원에 닥치는 처분들 — 한눈에 정리

사무장병원 사건은 형사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기관이 서로 다른 시점에 처분을 내리고, 각각 다투는 기한도 따로 흘러갑니다.
| 조치 | 주체 | 시작 시점 | 대응 수단 |
|---|---|---|---|
|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 국민건강보험공단 | 수사 결과(송치) 확인 시 | 취소소송 + 집행정지 |
| 부당이득 징수(환수) | 국민건강보험공단 | 조사·수사결과 확인 후 | 취소소송 + 집행정지 |
| 의료급여비용 지급보류 | 시·군·구 | 지급보류와 별도 진행 | 취소소송 |
| 개설허가 취소·폐쇄명령 | 관할 지자체 | 주로 판결 확정 이후 | 취소소송 |
| 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 보건복지부 | 명의대여 확인 시 | 취소소송 |
이 표에서 기억하실 것은 마지막 열입니다. 처분마다 별개의 소송이고, 하나를 다퉜다고 다른 처분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행정소송으로 막는다는 것의 실제 의미: 집행정지

실무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본안 소송이 아니라 집행정지 신청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안 판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집행정지는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나옵니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려면 통상 다음이 필요합니다.
-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
- 그 손해를 막을 긴급한 필요
-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없을 것
-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을 것
여기서 “돈이 안 들어와서 힘들다”는 막연한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라는 요건이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월별 급여청구액과 고정비 지출 내역, 직원 급여 지급 자료, 대출·임차 계약, 입원환자 현황처럼 병원이 실제로 멈추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숫자와 서류로 보여주는 소명이 핵심입니다.
가장 많이 놓치는 함정 — 제소기간과 ‘무혐의’의 착각

첫 번째 함정은 기간입니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처분 내용이 부당하더라도 다툴 길이 사실상 막힙니다.
형사사건에 온 신경을 쏟다가 이 기간을 흘려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두 번째 함정은 ‘무혐의’와 ‘무죄’의 차이입니다. 지급보류 해제와 관련한 기준은 대체로 무죄 판결의 확정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검찰 단계의 불기소(혐의없음)는 재판이 열리지 않은 것이므로, 자동 해제로 곧장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기소 결정문을 근거로 처분청에 해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이미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활용하는 절차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세 번째 함정은 진술의 연쇄입니다. 수사 초기 조사에서 개설 자금의 출처나 수익 배분에 관해 정리되지 않은 채 한 답변은, 이후 행정 절차에서도 그대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무장병원 판단의 실제 기준은 ‘실질적 운영 주체’
의료법은 의료인,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툼의 핵심은 명의가 아니라 누가 실질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했는가입니다. 판단에서 주로 검토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개설 자금을 누가 마련했고, 손실 위험을 누가 부담했는가
- 수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
- 직원 채용·해고와 급여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가
- 의료인이 급여를 정액으로만 받고 경영에서 배제되었는가
- 병원 계좌와 인감, 카드매출 정산을 누가 관리했는가
단순히 투자를 받았다거나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무장병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서류상 의료인이 개설자라도 위 요소들이 비의료인에게 몰려 있다면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것들
송치 통보를 받았거나 공단으로부터 지급보류 예고·의견제출 안내를 받으셨다면, 다음 순서로 움직이시는 것을 권합니다.
- 처분서 봉투와 수령일을 사진으로 남기고, 달력에 90일 기한을 표시할 것
- 공단의 의견제출 요구에 형식적으로 답하지 말고, 자금 출처 자료를 붙여 실질적으로 소명할 것
- 최근 6개월 급여청구·지급 내역, 고정비 지출표, 직원 명부를 미리 정리해 둘 것
- 개설 당시 대출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자금 이체 내역 등 자금 흐름 증빙을 모을 것
- 형사 방어 논리와 행정소송 주장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하나로 맞출 것
결국 사무장병원 송치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형사 결과만 기다리는 대신 지금 흐르고 있는 행정 기한을 먼저 잡는 것입니다.
혐의를 다툴 여지가 충분한 사안이라도, 절차를 놓치면 다툴 병원 자체가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판례
아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된 실제 판례 중, 이 글의 쟁점과 관련된 것을 선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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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두52519 (2026.03.12 선고)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에서 정한 징수금의 의미 및 범위가 문제 된 사건]
“구 국민건강보험법(2020. 12. 29. 법률 제177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7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재량행위로서,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비용 액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과정에서 개설명의자와 실질적 개설자의 각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자가 얻은 이익의 정도 등에 따라 개설명의자 등의 책임과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개설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 부당이득징수(환수)의 성질과 범위를 다룬 판례로, 글의 ‘부당이득 징수(환수)’ 대응 부분과 직접 관련됨. -
대법원 2024두50698 (2026.03.12 선고)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에서 정한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의 의미 및 위 조항 제1호에 따라 실질적 개설자에게 개설명의자와 연대하여 납부하게 할 수 있는 부당이득징수금을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개설명의자인 요양기관에 부과되는 부당이득징수금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사무장병원 실질적 개설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으로, 글의 부당이득 환수 대응 쟁점과 직접 관련됨.
※ 판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사건정보와 인용문은 원문 그대로이며, 인용은 원문 대조 검증을 거쳤습니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본문과 일치하는지는 원문에서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죄 선고 후 진료비 지급과 지급보류 취소는 다릅니다
지급보류 문제에서는 형사사건의 결과만 보지 말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지, 보류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는 두 상황을 구별합니다.
| 구분 | 법에서 정한 효과 | 확인할 자료 |
|---|---|---|
|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 제3항에 따라 선고 이후 실시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있음 | 판결문, 선고일, 그 이후 진료분의 청구내역 |
| 무죄 확정 등 법령이 정한 사유로 개설기준 위반이 증명되지 않은 경우 | 제4항에 따라 지급보류를 취소하고 보류한 비용에 법정 이자를 더해 지급 | 확정 여부 등 해당 사유의 자료, 보류 내역과 기간 |
위 구분은 2026년 10월 13일 확인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에 따른 것입니다. 1심 무죄 선고와 판결 확정을 같은 단계로 처리하면 요청할 내용과 자료가 엇갈립니다. 다른 불기소 결과 등도 정확한 처분 이유와 시행령상 사유를 대조해야 합니다.
90일은 경찰 송치일부터 일률적으로 세는 기간이 아닙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의 취소소송 제소기간은 원칙적으로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입니다. 지급보류 통지, 환수 통지 등 처분이 여러 개이면 각 처분의 통지와 기한을 나누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의 기산점과 처분일부터의 기간도 함께 확인하세요.
또한 취소소송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지급보류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3조의 집행정지 요건을 검토하면서 급여·임대료 등 지출, 가용 자금, 진료 지속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형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행정처분의 기한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별도 일정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형사재판에서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요양급여 지급이 보류될 수 있나요?
A. 네, 국민건강보험법상 지급보류는 유죄 확정판결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송치 등 수사 결과 확인을 계기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 무죄를 기다리는 사이에 병원의 현금 흐름이 먼저 끊길 수 있으므로, 처분서를 받으면 곧바로 대응 여부를 검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지급보류 처분을 받았는데, 형사에서 무혐의를 받으면 자동으로 해결되나요?
A. 형사에서 불기소나 무죄가 나오면 유리한 사정이 되는 것은 맞지만, 지급보류 등 행정처분은 형사와 별개의 절차라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취소소송 제소기간을 넘기면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형사 결과와 무관하게 행정 대응 기한을 챙기셔야 합니다.
Q. 지급보류 처분이 나온 뒤 병원이 버티기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지급보류나 부당이득 징수 처분에 대해서는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판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잠시 멈출 수 있으나, 요건 충족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사무장병원 사건은 지급보류만 신경 쓰면 되나요?
A. 아닙니다. 지급보류 외에도 부당이득 징수, 의료급여비용 지급보류, 개설허가 취소·폐쇄명령, 면허 자격정지 등 여러 처분이 서로 다른 기관에서 다른 시점에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각 처분은 별개의 소송 대상이고 다투는 기한도 따로 진행되므로, 처분마다 개별적으로 대응 여부와 기한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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